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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학급 경영

코로나 격리 학생과 함께하는 온라인 반장 선거

학기초 해야할 반장 선거

후보로 나온 학생들이 줄줄이 확진 또는 격리 되면서 선거일 자체가 미뤄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 한 주를 미뤄도 또다른 후보 학생이 확진 되는 상황도 발생ㅎㅎㅎ (예상했던 것)

그래서 격리 학생은 화상회의를 하는 것처럼 집에서 소견 발표를 하는 것을 교실 티비로 보여주기로 했다.

격리 학생도 아파도 끝까지 나가보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이런 방식으로 한다고 전하니까 별로 놀라지도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요즘 애들 대단해.


그리고 학교에 나온 다른 학생들이 소견 발표 하는 것도 실시간으로 송출해서 격리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투표도 구글 설문지 만들어서 단톡방에 뿌렸다.
결과도 구글 설문지 응답으로 티비에 공개.

소견 발표도 온라인, 투표도 온라인, 발표도 온라인ㅎ 모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애들도 놀라지 않고 잘 받아들임.ㅋㅋ


1. 후보등록장 게시

함께하는 훌륭한 선새임이 뚝딱 만들고

너무 근사하게 나온 후보등록장. 너무 능력자다. ㅠㅠ

덕분에 간단하게 나눠줬다.

후보 등록하고 싶은 사람은 나한테 와서 등록장을 가져가고, 수요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목요일에 게시하려고.

인상깊은 공약 : 방역에 힘쓰는 반장이 되겠다. 한 명도 소외되지 않는 반을 만들겠다,

마이크처럼 말을 전달하고 스피커처럼 여러분의 말을 듣겠다! (👍)

 

 

부반장 후보는 미처 제출하지 못하고 격리 되어서

사진으로 받고, 네이버 손글씨 폰트로 작성했다.

완전 그럴싸함 ㅋㅋ

 

목요일에 게시하면서 반장의 자격같은 것을 애들이랑 생각해보고

게시해 놓을 테니 너희들이 잘 보고 어울리는 사람을 맘속으로 가려보아라, 라고 했다.

조회가 끝나자 우루루 달려가 보는 것이 너무 귀여웠다;;;;;;;;;;; 1학년 어쩔;;;;;

 

 

2. 소견 발표

각 후보 친구들이 나와서 발표하고, 발표하는 모습을 촬영하면서 구글 미트로 송출했다.

자신의 공약을 모두 외워서 자연스럽게 발표하는 학생도 있었고,

후보등록장을 보면서 하는 학생도 있었고, 

방법은 다양했지만 태도는 굉장히 진지해서 너무 아꼬왔다.

그리고 격리 후보가 나올 때는 크게 띄워서 학생들한테 보여줬다.

 

교실에 있는 학생들도 너무 잘 들어줬고,

경청하고 박수치는 아이들의 모습도 촬영해서 격리 후보가 볼 수 있도록 했다. ㅎ

카메라가 아닌 노트북 웹캡으로 찍어서 하울링 때문에 아이들의 환호 소리는 보내지 못했지만ㅠ

 

그 다음 투표를 진행했다.

 

3. 구글 설문지를 활용한 온라인 투표

단톡방에 구글 설문지 주소를 뿌리고, 모두 읽어보고 마음의 준비가 되었으면 '다음'을 눌러 투표하라고 했다.

단톡방에 아직 안 들어온 친구 한명의 존재를, 하필 또 격리중이라 깜빡하고 말았는데

다행히 우리반 애가 말해줘서 그 친구에게 급하게 갠톡으로 전달했다.

 

아직 중학교 1학년이라서 핸드폰 사용에 제한이 있거나 데이터가 없거나

그런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구글 설문지에서 설정할 때

위험을 감수하고 "복수 응답 가능"을 하게 해서 안되는 애들은 교실 컴퓨터로 할 수 있게 하였다.

다행히 응답자가 우리반 숫자 보다 많은 사태는 안나왔음....ㅋㅋ 

 

로그인은 학교 클래스룸 아이디로 됐지만

다른 구글 아이디랑 충돌해서 '권한이 필요합니다.' 문구가 뜨는 경우가 있었다.

머리 아프기 때문에 설정에서 교육청 아이디가 아니어도 설문이 가능하게 풀었다.

 

4. 결과 발표!!!

설문 제작자 화면에서 응답 숫자가 보이는데, 우리반 학생수가 다 나오는 걸 확인하고 공개 했다.

교실 티비에도 띄우고,

격리 중 학생들이 집에서도 볼 수 있도록 송출 카메라에도 비추고.

 

화면이 좀 작게 나오기 때문에 컨트롤+마우스휠 팍팍 올려 확대했다.

 

애들이 두구두구두구~!! 하는 효과음을 같이 입으로 내주고

스크롤을 천천히 내렸다.

ㅋㅋㅋㅋ

결과, 반장은 기호 1번, 부반장은 기호 2번이 당선!!

(결과 화면에서 그래프에 마우스를 갖다대면 몇 표 얻었는지 볼 수 있음)

 

부반장 기호 1,2번의 표차는 딱 1표였다. ㅠㅋㅋ

격리 중 학생은 아쉽게 낙선. ㅠ

그런데 격리 중 학생이 당선된 반도 있었다.

애들한테 격리중인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신기신기.

 

 

당선 된 아이들을 축하하고, 다른 친구들도 용기내서 지원하고 연설하고 좋은 경험 됐을 거라고 격려했다.

그리고 반장 부반장 된 학생들을 잘 감시할거라고 했다. ㅎㅎㅎㅎ

 

종이 하나하나 펴가면서 발표하는 설렘은 없지만 귀찮음도 없는!

이렇게도 반장을 뽑을 수 있구나 하는 시국에 맞는 체험을 하게 한 반장선거였다.

 


 

+) 우리 반 아이들이라면 뭔가 가능할 거 같다, 싶어서

바로 당선된 애들을 불러다가 쉬는 시간 대책 마련에 대한 학급 회의를 시켰는데

진짜 생각보다 진행도 잘하고 의견 개진도 잘해서 깜짝 놀랐다. ㅋㅋㅋ 기특하고 귀여워. ㅠㅠ